무전공 선발 확대, 학생 위한 정책 될까

교육부가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학 무전공 선발 확대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우리대학교 무전공 학부들이 주목받고 있다. 일부 기성 언론은 해당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우리대학교 무전공 학부의 높은 중도탈락률*을 그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우리신문사가 취재한 결과 중도탈락률에 대한 기성언론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의 무전공 선발 확대 
우리대학교 중도탈락률의 진실은?

 

정부가 융합 인재 양성을 목표로 무전공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교육부는 오는 2025학년도 대입에서 5~25% 이상의 학생을 무전공으로 선발해야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교육계의 반발로 인해 비율을 의무화하지 않고, ▲학생 전공 선택권 확대 ▲유연한 학사 구조 개편 등에 대한 정성평가에 무게를 두기로 방침을 변경했다. 지난 1월 30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과 국립대학육성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무전공 선발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대학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점수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는 대학이 무전공 입학생 비율을 25% 이상 달성하면 10점의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해 여전히 정책의 강제성이 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전공 선발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성 언론은 우리대학교 무전공 학부가 타 학과에 비해 중도탈락률이 높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데이터에 의하면 우리대학교 인문자연 통합 무전공 학부인 글로벌인재학부**(아래 GLD)의 지난 2022학년도 중도탈락률은 6.2%로, 전체 학과 중도탈락률의 평균(아래 학교 전체 평균)인 3.0%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언더우드국제대학(아래 UIC) 내에 있는 무전공 학부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연계열 무전공 학부인 융합과학공학부(아래 ISED)의 중도탈락률은 15.6%로, 평균의 5.2배에 달했다. 인문사회계열 무전공 학부인 언더우드학부(아래 UD)와 융합인문사회학부(아래 HASS) 역시 각각 7.8%와 4.8%를 기록했다. 이에 기성 언론은 무전공 확대 정책을 우려하는 기사에서 우리대학교 무전공 학부의 중도탈락률을 근거로 내세웠고, 그 원인을 ▲전공 배정의 불만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일반화했다. 그러나 우리대학교에 있는 4개의 무전공 학부는 선발 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모든 학생이 원하는 전공에 100% 배정될 수 있는 구조다.

UIC 행정팀은 높은 중도탈락률에 대해 “UD·HASS·ISED 학부에 대한 중도탈락률 수치는 전공 배정을 받기 전인 1학년 학생들에 대한 통계”라며 “1학년 학생에 대한 중도탈락률을 학교 전체 평균과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인재대학(아래 GLC) 행정팀 관계자 역시 “기성 언론에서 보도된 GLD의 중도탈락률은 1학년과 소수의 전공 미배정 학생의 수치를 포함하고 있다”며 “1학년의 중도탈락률이 다른 학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모든 대학에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대학교 무전공 학부의 중도탈락률이 외국인 학생이 많은 단과대의 특성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GLC 학생회장 박민범(GLC국제통상·20)씨는 “GLD는 3월 입학생뿐만 아니라 9월에 입학하는 학생이 상당히 많다”며 “재외국민 학생들은 9월에 원서를 냈다가 그다음 연도 3월에 타 대학이나 우리대학교 다른 과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UIC 행정팀 역시 “외국인 학생이 많은 단과대의 특성상 자국의 대학으로 돌아가는 학생들도 다수 있어 중도탈락률 증가에 일조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직접 들어본 내부 목소리
“학과 내실화 필요해”

 

무전공 선발 확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대학교 무전공 학부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학생들은 우리대학교 무전공 학부의 내부 문제로 ▲타 학과에 의존하는 구조 ▲소속감 부족 ▲정체성 미비를 지적했다.

GLC와 UIC 학생 모두 ‘타 단과대 소속 교수를 공유하는 구조’를 지적했다. 박민범씨에 의하면 GLC는 전임교원 부족으로 인해 겸임교수, 객원교수 그리고 강사가 수업을 진행하는 비율이 타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박민범씨는 “GLD의 국제통상전공은 국제정치, 국제경영, 국제경제 세 과목을 융합해서 배우는 학문인데, 전임교원의 수가 일정하지 않다 보니 세 과목의 개설 비율이 매 학기 달라진다”며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GLC 소속 전임교원 확보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제4대 국제통상전공 학생회 <connect>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학년도 2학기 국제정치, 국제경제 개설 과목 수는 각각 4개였던 반면 국제경영 개설 과목 수는 15개였다. 박민범씨는 “다른 전공만큼 전임교원이 확보돼야 학과 교육과정이 탄탄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빈(QRM·20)씨 역시 “UIC는 교수님이 타 단과대로 뿔뿔이 흩어져 있어 묻고 싶은 게 있을 때 누구한테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우들 간 소속감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수빈씨는 “UIC의 반 배정은 UD·HASS·ISED 세 학부를 합쳐 구성되기에 같은 반에 최대 16개의 다른 전공생들로 구성된다”며 “동일 전공생끼리 모이기 어려워 소속감을 느끼기 힘들다”고 말했다. 1학년 강의를 제외한 UD의 전공 수업은 신촌캠에서만 개설되는 반면 HASS와 ISED는 신촌캠과 국제캠에서 강의가 개설돼 실질적으로는 같은 반 학생끼리의 교류도 어렵다. 김병재(ECON·20)씨 역시 “학부 아래 세부전공이 너무 많아 결속력이 낮다”며 UIC 학생들의 소속감 부족에 공감했다. 

학생들은 모호한 학과 정체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병재씨는 “UIC 대부분의 학과가 이름만 들었을 때 어떤 과인지 알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박지호(EESE·17)씨는 “UIC가 학문적 융합을 추구하면서 여러 분야를 통합해 하나의 과를 만든 것이 학생들에게 학문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한 것 같다”고 밝혔다. 

 

무전공 선발 확대
성공적인 운영의 필요조건은?

 

정부의 무전공 선발 확대 정책은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두고 있다. 학과 및 전공 간 장벽을 허물고 학생들의 다양한 전공선택 기회를 보장해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주장이다. 학계 및 교육계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여러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부의 정책 추진 속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성수 교수(사과대·사회학)는 “무전공 선발이 융합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여러 방편 중 하나가 될 수는 있다”면서도 성급한 정책 추진에 대해 비판했다. 최 교수는 “마치 무전공 선발을 하지 않으면 융합형 인재 양성이 불가능하고, 무전공 선발만 하면 융합형 인재 양성이 보장되는 것처럼 밀어붙이는 방식은 잘못됐다”며 “2~3개월 만에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할 경우, 대학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학생들에게 큰 피해를 줘 정책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허재영 교수(GLC·국제통상) 역시 “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25%라는 비율과 추진 시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한 것은 문제”라고 전했다. 

정책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세부적인 내용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 교수는 “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가치는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라며 “한국형 융합인재의 구체적인 모습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과거 여러 대학에서 자유전공학부가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했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선발 비율 및 운영 방식 등에 대한 섬세한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기헌 교수(UIC·CTM) 역시 “과거 공과대 학부제에서도 소속감이 적고 정체성이 모호한 문제가 있었다”며 “무전공 선발의 부작용을 고려한 세밀한 제도 및 인프라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측의 일방적인 정책 이행보다는 내부 구성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논의가 기반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천세훈 교수(UIC·ISED)는 “학생들의 선호도나 시대 흐름에 따라 체계적으로 변하는 융통성 있는 교육 방식이 필요하다”며 “무전공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학생 중심의 학과 간 협력이나 긴밀한 연계가 필수”라고 전했다. 허 교수는 “무전공 선발 비율을 확대하려면 타 단과대 및 학과의 정원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대화를 통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대에서는 무전공 선발 인원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학생들과의 논의 없이 자유전공학부를 학부대학으로 이관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문을 통해 “학생을 배제하고 학부대학 설립을 추진한 본부를 규탄한다”며 학교의 일방적 통보에 저항하기도 했다. 

우리대학교는 무전공 선발 확대를 논의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여전히 확대 규모 및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 기획실 기획팀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한 차례의 회의를 진행했으나, 교육부의 정부 지침이나 사업 계획 없이 논의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무전공 선발 확대에 대한 추후 계획이나 학교 측 입장을 요청한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다. 

 

여러 갑론을박을 뒤로 하고, 정부가 재정지원을 무기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부분의 대학이 무전공 선발 확대를 위한 내부 논의에 착수했다. 앞으로 우리대학교가 ‘무전공 선발 확대에 대한 성공적인 합의’와 ‘기존 무전공 학부의 내실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도유경 기자
bodo_snowman@yonsei.ac.kr
이세빈 기자
bodo_sevinteen@yonsei.ac.kr

그림 노태린 작가(노문·21)

 

* 중도탈락률: 자퇴, 미등록, 미복학 등으로 중도에 대학을 그만둔 학생 비율
** 글로벌인재학부: Global Leaders Division(GLD). 글로벌인재대학(GLC) 산하 학부로, 국제통상전공, 문화미디어전공, 바이오생활공학전공, 응용정보공학전공, 한국언어문화교육 전공을 포함한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