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모 교수(우리대학교 글창융대)
구강모 교수(우리대학교 글창융대)

 

“부동산을 모르는 사람은 없고, 잘 아는 사람도 없다”라는 이야기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오랫동안 회자되는 농담이다. 그만큼 부동산에 대한 이해와 부동산 시장 전망이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요즘은 신문과 뉴스뿐 아니라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과 분석을 내어놓고 있다. 부동산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부동산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우리 삶에서 부동산은 왜 이렇게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2022년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평균 자산은 약 5억 4천8백만 원이다. 자산은 금융자산과 비금융자산으로 구성되는데, 비금융자산 대부분은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같은 통계 자료에 의하면, 거주 목적의 주택이 2억 5천 5백만 원으로 조사가 돼, 전체 자산의 46.6%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여기에 거주 주택 이외의 부동산을 포함하게 되면 전체 자산의 73.7%가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금융투자협회의 ‘2022 주요국 가계금융자산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을 포함한 비금융자산 집중도가 미국 일본 등의 국가에 비해 높은 것이 사실이나, 다른 나라의 경우에 있어서도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렇듯 자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에 관한 관심이 끝없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부동산 시장과 부동산 자산의 특징을 우리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바라봐야 할 것이다. 

부동산은 투자와 소비가 동시에 일어나는 특이한 성격을 갖는 자산이다. 부동산을 사는(to buy) 용도가 아니라 사는(to live) 용도로 보자는 주장도 존재하나, 부동산의 특성을 소개하는 문헌에 아마도 가장 먼저 소개되는 특징은 소비와 투자의 동시성일 것이다. 전통적 투자수단인 주식과 채권은 투자는 가능하나 소비가 어렵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부동산의 이중적 특성을 이해하기 쉽다. 일단, 공간 자산에 대한 소비는 매일 일어나고 있다.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쉬고, 잠자고, 식사하면서 우리는 공간 자산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내가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 상승률이 중·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과 보폭을 맞춰 준다면 적어도 투자 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이라는 적에게 무릎을 꿇을 일은 없다. 

부동산의 다음 특징은 낮은 유동성(liquidity)과 비탄력적 공급이다. 주식이나 코인 투자와는 달리 부동산 거래는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단기적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진입하는 것보다는 긴 호흡으로 소유 및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 비탄력적 공급이란 시장에서 가격변동으로 인하여 공급을 증가할 요인이 발생해도 즉각적으로 공급을 확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가 흔히 보는 아파트 단지들의 공사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일반적으로 아파트 개발에 대해 금융분석을 하는 경우 24~36개월을 예상한다. 혹시 중간에 역사적 유물이라도 나오게 되면, 공사 기간은 훨씬 더 길어지게 된다. 그래서 많은 부동산 관련 정책들이 공급정책을 실행함과 동시에, 단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주게 되는 수요 완화·압박 정책을 동시에 펼치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대부분의 부동산 거래는 금융거래를 수반하게 된다. 부동산 거래는 비교적 고가(高價)의 자산에 대한 거래로, 순수 자기자본으로 매입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므로, 장기에 걸쳐서 원리금을 내는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성격으로 인해, 건축디자인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금융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가 수월할 것이다. 지금 집을 팔지 말지, 팔고서 전·월세를 내는 세입자가 되는 것이 현명한지 등은 인생을 살면서 계속 고민할 질문이다. 그러므로, 금융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부동산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떤 시각으로 접근하여야 할까? 부동산 시장을 포함하여, 일반적으로 경제활동이란 여러 경제 주체들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기본적으로 수요 측면과 공급 측면을 고루 고려해야 시장의 전망이 가능할 것이다.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는 다양하다. 금리 변동, 원자재 가격 변화, 대출 규제 등등 우리가 미디어에서 자주 접하는 모든 부동산 관련 정책의 변화가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단, 앞서 언급한 부동산의 특성을 잘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 수요 억제 혹은 완화 정책이, 공급이 비탄력적인 부동산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가격에 영향을 주게 될지는 개개인의 분석에 맡겨야 할 것이나, 일부 부분만 확대해석해 분석의 방향을 잘못 설정하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는, 앞으로 주거 시장과 정책이 외국인 유입과 관련해 그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지속적인 감소를 거듭해 왔다. 급기야 올해 2분기의 출산아 수는 전년 대비 6.8% 하락하여 5만 6,087명을 기록했고, 이는 역대 최저치라고 발표가 되었다. 최근 몇 년간 논의되고 있는 정책들을 살펴보면, 향후 외국인의 입국 규제 완화를 통하여 해외 인력 공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취업 비자의 증가 및 이민 규제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게 되면 부동산 시장 분석에서 이민정책 및 외국인 유입에 대한 분석이 필수 요소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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