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부터 운송까지 푸드테크 톺아보기

 

‘파테크’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파테크는 대파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지난 2020년 대비 약 3.5배 상승한 대파값을 주식에 비유한 것이다. 지난여름 오랜 장마의 영향으로 대파 공급량이 현저히 줄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이처럼 식량과 환경은 상호작용하며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런데 최근 식품 산업에 첨단 기술을 활용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식품 관련 산업에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이전보다 발전된 형태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푸드테크’라고 한다. 푸드테크의 발전에 따라 우리 식탁의 미래가 무궁무진해졌다.

 

‘고기’ 없는 ‘고기’팀
배양육과 식물성 대체육

 

지난 2020년 싱가포르 식품청(SFA)에서 세계 최초로 배양육 닭고기 생산·판매가 허가됐다. 배양육은 동물을 도축하여 얻는 고기가 아닌 동물의 세포를 키워서 만들어내는 고기다. 배양육 닭고기 허가 이후 미국 배양육 개발업체 ‘잇저스트(Eat Just)’는 싱가포르의 한 레스토랑에서 배양육으로 만든 치킨너깃을 판매했다. 배양육은 축산업이 낳는 환경, 동물 생명 윤리, 비건 문제를 해결한다. 특히 현재 축산업에 비해 온실가스 96%, 대지 사용 99%의 절감효과를 가져온다. 배양육 생산 시도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배양육을 상용화하기에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이다. 현재 소고기 배양육은 100g에 10만 원으로, 같은 양에 약 1만 2,000원인 한우 등심과 비교했을 때 매우 비싸다. 배양육의 가격이 높은 이유는 배양육 생산에 사용되는 재료의 원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배양육은 조직 복제 플랫폼인 ‘바이오리액터’에 근육 세포와 지지체를 함께 넣은 뒤 배양액을 넣어 조직 세포를 증식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그 후 증식된 조직 자체를 일반고기처럼 원육으로 사용해 먹는 것이다. 이때 사용되는 ▲조직 복제 플랫폼 ▲배양액 ▲지지체 모두 고가의 제품이다. 특히 많은 양이 필요한 배양액의 경우 소태아혈청(FBS, Fetal Bovine Serum)이 배양액의 10~20%를 구성하는데, 리터 당 150만 원으로 매우 고가다.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 ‘다나그린(DaNAgreen)’
▶▶‘다나그린’의 김기우 대표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 ‘다나그린(DaNAgreen)’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용화에 적합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다나그린 김기우(41) 대표는 “기존 기술들은 상용화가 아닌 연구 목적에 집중돼 대량생산이 어려웠다”며 가격이 높은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김 대표는 “해외의 기술 개발보다 시기적으로는 늦지만, 더욱 수준 높은 배양육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오는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좌 : 세포를 넣기 전 지지체의 모습 / 우: 세포와 지지체가 결합한 모습
▶▶근육세포가 움직이는 과정을 현미경으로 촬영한 모습
▶▶지지체 내부에 세포가 배양되는 과정을 형광현미경을 통해 3D로 촬영한 모습
▶▶좌측 병과 가운데 병 :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지지체 / 우측 병 : 혈청으로 만든 지지체
▶▶동물 세포 샘플이 LN2(액화 질소) 탱크에 담겨 있는 모습

 

상용화 연구 단계에 있는 배양육과 달리, 식물성 대체육은 이미 상용화돼 있다. 식물성 대체육이란 식물성 원료를 이용해 만든 식품으로 육류로 만든 고기의 맛과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익숙한 콩고기 또한 식물성 대체육의 한 종류다. 국내에는 ‘제로미트 베지함박’, ‘제로미트 베지까스’ 등의 상호를 걸고 식물성 대체육이 가공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 가공식품 ‘제로미트 베지함박’

 

한편 식물성 대체육 요리를 파는 비건 술집도 존재한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비건 술집 ‘미스터리(Mr. Lee)’에서는 비건 함박스테이크, 비건고기 볶음우동 등의 메뉴를 판매한다. 미스터리 이진호(41) 대표는 “손님들의 요청으로 비건 메뉴를 개발하게 됐다”며 “현재는 동물성 메뉴보다 비건 메뉴를 더 많이 찾아주신다”고 말했다. 

 

▶▶‘미스터리(Mr.Lee)’의 비건 함박스테이크

 

 

기술의 손끝에서
식탁에 오르기까지

 

식품 자체의 변화뿐만 아니라 음식의 생산·가공·유통·서비스에서의 기술 변화 역시 푸드테크에 속한다.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등 익숙한 배달 서비스에 이어 서빙과 음식 제조에서도 기술의 발달이 나타나고 있다. 마포구 푸드코트 ‘브랜코’에서는 서빙 로봇이 손님과 배달 라이더들에게 완성된 음식을 가져다준다. 브랜코의 직원 박종훈(32)씨는 "서빙 로봇을 사용한 지 1년 4개월이 됐는데, 넓은 푸드코트 특성상 로봇을 쓰면 홀에서 일하는 직원을 줄일 수 있어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빙 로봇을 신기해하며 SNS에 게시하는 고객들도 많아 홍보 효과도 있다"고 만족을 표했다.

 

▶▶‘브랜코’의 서빙 로봇

 

서빙을 넘어 간단한 음료 제조를 하는 로봇도 있다. 잠실 롯데몰 3층에 위치한 무인 카페 ‘비트커피’의 로봇은 손님이 키오스크로 주문하면 투명한 벽 안에서 재빨리 움직여 음료를 제조한다. 카페 매니저도, 아르바이트생도 없는 기계 앞에 사람이 잔뜩 몰려도 로봇 종업원은 힘든 기색 없이 메뉴를 뚝딱 만들어낸다.

 

▶▶‘비트커피'의 음료 제조 로봇

 

식품 생산 방식 자체를 효율적으로 변화시키는 기술도 있다. ‘스마트팜(Smart Farm)’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작물을 생육할 수 있게 하는 지능형 농장이다. 스마트팜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여 온실 내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생육환경을 유지·관리한다. 대표적인 국내 스마트팜 기업 ‘에이트팜’의 여찬동(32) 선임은 “스마트팜을 이용하면 기존 노지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을뿐더러, 적은 노동력으로 많은 생산량을 뽑아낼 수 있다”며 “계절의 영향도 받지 않아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의 일상과는 거리가 먼 기술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스마트팜은 가까운 곳에도 존재한다. 상도역에 있는 스마트팜 ‘메트로팜’은 시민들의 생태 감수성을 높이고, 미래형 농업을 쉽게 이해·체험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로 설립됐다. 이곳에서 시민들은 미래형 농업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식물을 만지고, 직접 수확하고 먹어보기까지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상도역 메트로팜에는 로봇이 파종부터 재배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컨테이너식 ‘오토팜’, 메트로팜에서 수확한 작물들로 만들어진 샐러드를 파는 ‘팜카페’, 샐러드 채소를 골라 뽑을 수 있는 자판기 등 다양한 시설이 존재한다. 여 선임은 “스마트팜은 교육 프로그램, 식자재 공급,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곳과 연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도역에 위치한 ‘오토팜(AUTOFarm)’과 ‘팜카페’
▶▶상도역 ‘메트로팜(Metro Farm)’ 내부 모습
▶▶메트로팜 내 센서수집 장치와 co₂ 센서
▶▶메트로팜 내 정보통신기술로 유지·관리되는 생육환경

 

 

‘내가 먹는 것이 내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음식이 생산돼 사람의 몸속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이 지구의 환경과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삶 전반의 모습을 바꿀 푸드테크는 모든 사람에게 편리한 방향으로, 더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랬을 때 우리의 식탁은 안전하고 다채로워질 수 있다.

 

홍지영 윤수민 김다영 노민지 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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