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부 김수영 기자 (경영·15)

지난 2015학년도 입학 이후 학생사회에 오래 있었다면 꽤 오래, 많은 활동을 했다. 확대운영위원으로 1년, 총학생회 집행위원회로 반년, 거기에 굵직한 활동은 없었다지만 단과대 집행위원회에서 자문위원으로 일한 것까지 합치면 학생사회에서 활동해본 학생 중에서도 중위값 이상은 하지 않을까. 심지어 이젠 「연세춘추」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니 어떤 위치에 있든 학생사회를 떠나지는 못하고 있는 셈이다.

나에게 떠나지 말라고 강제한 사람은 없었다. 물론 선거 출마나 동업 제안은 있었지만 강제는 아니었다. 그럴만한 인물도 아니거니와 입대나 취업을 핑계로 물리친 적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군대 다녀오고서도 꽤 오래 활동을 했으니, 잡는 사람은 없어도 할 만한 게 학생사회인 것 같다.

학생사회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번 하고 말거나, 아니면 ‘고인물’ 소리 들을 때까지 하거나. 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고인물’들이었다. 다들 확대운영위원부터 중앙운영위원, 총학생회까지 다양한 직책을 거쳤다. 신기한 건 일할 때는 불평하는데 끝나고 나면 약속이라도 한 듯 다른 직위로 나아간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모두들 학생사회 중독에 걸렸나 보다.

학생사회는 지독한 중독이다. 하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일이 끝나면 허전한 마음이 든다.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끝장을 볼 때까지 남는다. 왜 우리는 이렇게까지 학생사회에 목을 맸던가.

내 생각엔 역동성 때문이다. 우리대학교에서 이렇게까지 역동성이 넘치는 단체가 없다. 수많은 사람들과 일을 하고, 매주 회의를 하고, 매년 선거를 한다. 그때마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일과 부딪힌다. 대개 학생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논의나 행사의 결과지만, 직접 참여하면 그 이상으로 활발한 역동성을 직접 마주하게 된다. 회의에서 누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혹은 일하는 과정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세히 다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어쩌면 그것을 남들 모르게 알고 있다는 그 기분이 좋은 것일 수도. 그 모든 것들이 재밌는 일들이다.

역동성이 가고 난 자리는 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 주변을 채우던 사람들, 일이 모두 사라지고 혼자 남은 기분은 그것을 경험하지 못한 시절의 기분보다 훨씬 외롭고 쓸쓸하다. 그게 아쉬워서 기억을 공유하는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또 무슨 일을 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 아닐까.

지나간 1년 반을 참여자로서 활동하고 최근의 1년 반은 관찰자로서 학생사회를 바라보고 있다. 선 자리가 달라지니 보는 것도, 느끼는 것도 달라졌다. 당시엔 그렇게 치열했던 것 같은데 한 발 떨어져서 보니 그 정도는 아닌 일도 많았다. 반면 당시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의제들이, 알고 보니 엄청난 사안이었던 적도 많았다.

그 좋아하는 순간들을 바라보고 또 이야기하기 위해 기자가 됐다. 이전에는 직책의 한계로 참여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들에 대해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학생사회에 대한 관심 하나만으로 보도부로 직행하며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회칙, 회계, 그 밖의 다양한 문제들을 기록하며 내 생각도 정립할 수 있는 기회였다. 직접 활동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것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때로는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기사에 속상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도 벗어던진 것 같다. 그저 내 자리에서 느낀 것들을 전달하며 충분히 재미있었다.

 

그리고 끝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 다들 한 번쯤은, 학생사회라는 그 역동적인 세계의 재미를 느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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