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자산화,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는 시민들의 힘

종로구 삼청동은 과거 예쁜 골목길과 한옥을 리모델링한 가게로 사랑받았다. 그러나 지속된 인기에 유명 프랜차이즈가 앞다퉈 들어왔고 임대료 폭등을 견디지 못한 상인들은 삼청동을 하나둘씩 떠났다. 이처럼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돼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되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해결방법으로 ‘시민자산화’가 주목받고 있다. 고공 상승하는 임대료에 시민들이 합심해 크라우드펀딩*으로 공공 자산을 매입하고 운영, 관리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다. 발생한 이익은 다시 공동체에 재투자해 지속가능한 지역 활성화를 이끈다. 영국에서 시작된 시민자산화(national trust)는 국내에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있다.

 

원래 성미산 대로변에 있었던 ‘작은나무’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가게를 비웠다. 그러나 다행히 유휴공간을 주민공간으로 바꾸는 서울시의 ‘마을활력소’ 사업으로 선정돼 1년 만에 골목 안쪽에서 가게를 다시 열 수 있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몸소 겪은 ‘작은나무’는 현재 시민자산화를 방안으로 모색하고 있다.

 

한편 지난 9월 성산동에서 임대료 걱정 없는 안정적인 생활을 꿈꾸며 33억 상가 건물을 매입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해빗투게더 협동조합’으로, 유사한 공간 문제를 겪은 세 협동조합이 모여 시민자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빗투게더는 다수의 시민이 공동 건물주가 돼 직접 소유, 운영하는 공유 공간인 동시에 모든 주민에게 열린 공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광진주민연대의 ‘공유공간 나눔’ 역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해 시민자산화가 이뤄진 공간이다. 입주 단체들의 안정적 활동을 위해 주민들이 자금을 모아 지난 2017년 11월 ‘공유공간 나눔’을 열었다.

 

시민자산화는 주거 공간에도 적용될 수 있다. 마포구에 위치한 ‘함께주택협동조합(아래 함께주택)’이 대표적이다. 함께주택은 서울시가 매입한 토지에 건물을 짓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으로, 현재 마포구에 4번째 건물을 건립 중이다. 함께주택은 적정 주거비용과 거주기간 보장에서 장점을 가진다. 일례로 ‘함께주택 3호’는 인근 전세 시세 대비 80% 기준으로 보증금 64%, 월 임대료 36%가 책정된다. 서울시 거주 무주택자는 누구나 입주자 신청 가능하며 거주 기간은 기본 2년, 최대 4회까지 재계약 가능하다. 입주자가 될 경우 함께주택 조합원이 돼 12차례의 워크숍을 거쳐 운영 및 설계에 참여한다. 그렇게 완성된 주택에서 세입자는 단순 소비자가 아닌 건물의 소유, 운영 주체가 된다. 함께주택은 공적주택량 증가를 이끌어 지역의 임대료 상승을 일정 부분 방지해 개인과 지역사회에 공헌한다.

 

이처럼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해결책으로 시민자산화 움직임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시민자산화는 도시 공동화 현상, 장기적 경기 침체 등 사회 현상의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민자산화는 생소한 개념으로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 시민자산화가 일부의 특수 사례가 아닌 보편적인 해결방안이 되기 위해선 활발한 논의와 관련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지역 청년과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로컬콘텐츠 회사 ‘도시여행자’는 지난  2018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민자산화에 도전해오고 있다. 도시여행자 대표 김준태(35)씨를 만났다.

 

Q.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도시여행자가 내몰림 현상을 당했다고 들었다.

A. 지난 2011년 말 대전 대흥동에 오픈해 지역 청년과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2018년 8월까지 여러 여행자와 지역 주민을 만났다. 그러던 중 건물주가 월세를 올리면서 17개 세입자가 동시에 쫓겨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민하다 영국 리버풀의 오래된 빵집 ‘Home Baked’가 문 닫으려하자 많은 사람이 힘을 모아 복원한 사례를 접했다. 여기서 영감을 얻어 ‘다음 공간은 시민들이 돈을 모아 건물주가 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Q. 그렇다면 현재 건물은 시민자산화를 통해 매입한 것인가.

A. 유휴공간을 매입해 지역 청년 비즈니스 활동 공간을 마련하려 했으나 매입에 실패했다. 저평가된 건물과 경매에 나온 매물 매입을 시도했으나 낙찰받지 못했다. 개인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투자를 받으면 ‘유사 수신행위**’에 저촉돼 협동조합이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다. 비록 실패했지만 하나의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토대로 ‘시민자산화’에 계속 도전할 것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대전의 21개의 독립서점이 지역주민이 지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 시민자산화를 통해 매입한 다가구 주택 1층에 서점이 시민자산화로 지어진다면 세입자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크라우드펀딩: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나 인터넷을 활용해 일반 개인들로부터 투자 자금 따위를 모으는 방식

**유사 수신행위: 금융 관계 법령에 의한 인가 또는 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 신고 등을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

 

 

 

 

위에서부터 사진 순서대로 ①②③④상인들이 떠난 삼청동의 모습 ⑤해빗투게더 매입 건물 ⑥카페 작은나무 ⑦공유공간 나눔 ⑧함께주택 3호 ⑨⑪도시여행자 ⑩함께주택협동조합

 

 

김수빈 정여현 조현준 홍예진 윤수민 홍지영 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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