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 4인에게 주식열풍 현상을 묻다

“주린이 질문있습니다!” 최근 우리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주식게시판에는 어려운 주식용어보단 주린이(주식과 어린이를 합한 말)의 질문이 눈에 띈다. 최근 새롭게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는 비단 우리대학교만의 현상이 아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실제 지난 1분기 2~30대 연령층의 주식계좌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늘었다.

 

전국을 강타한 ‘주식열풍’
20대는 ‘주식광풍?’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만든 ‘역사적 폭락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전국적인 주식투자 열풍을 일으켰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의 증시자금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8월 3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약 60조 5천269억 원이다. 이는 작년 동기 23조 2천303억 원에 비해 약 3배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곧바로 주식시장에 투입될 수 있는 대기자금의 규모가 폭증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주식투자 열풍의 주도세력이 기존 주식시장에서 ‘큰손’이라 불리던 4~50대가 아닌 20대라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2017년 비트코인 열풍에서 비롯된 학습효과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역사적 폭락장을 놓치지 않아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최근에는 빚까지 내가며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청년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요 증권사에서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신용공여’ 채무자 수는 1만 명을 넘었다. 액수는 7천200억 원대로 지난 2017년에 비해 33.2% 가까이 늘었다.

이에 우리신문사는 유독 20대가 주식열풍에 뜨겁게 반응하는 이유를 직접 들어보고자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엔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20대 청년 4명이 참가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고재량 동문(경영·12)
김한범(언홍영/응통·16)
인하대 이호진(경제·18)
중앙대 이한슬(미디어커뮤니케이션·19)

 

 

Q. 주식투자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재량: 초저금리시대에 예금과 같은 일반적인 수단으로는 자본축적이 어렵다고 생각해 2017년부터 시작하게 됐다. 현재 미국주식을 펀드로 운용하고 있고, 전체 포트폴리오 중 80%는 국내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한범: 지난 1월 말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장학금을 예금에 넣어두기엔 이자율이 너무 낮아 주식에 눈을 돌렸다. 현재 국내주식보단 미국주식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

한슬: 2019년 11월 카카오뱅크 계좌개설 이벤트를 계기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호진: 2019년 말 우연히 여유자금이 생겨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지금은 국내주식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

 

Q. 2020년 상반기 주식시장에 뛰어든 20대 투자자가 급격히 늘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호진: 20대가 겪고 있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이유다. 앞에선 3~40대가 버티고 있고, 뒤에선 새로운 기술이 일자리를 위협한다. 이에 20대가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은 주식뿐이라는 인식이 형성된 것이다.

한범: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가 가장 큰 원인 같다. 개인적으로 군적금을 계기로 저금리의 무력감을 체감했다. 시중은행보다 훨씬 높은 5%대의 금리였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만기 해약해보니 수익이 너무 적었다. 차라리 같은 기간 동안 적립식으로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수익이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턴 여유자금으로 적금을 들기보다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재량: 부를 축적하는 수단은 주식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생긴 것 같다. 지난 2017년 비트코인이 붐을 일으킨 것처럼 현재 주식투자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성행하고 있다.

한슬: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적은 돈으로 수익성 있는 재테크 방법을 찾다 보니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Q. 왜 하필 주식인가. 채권투자, 부동산, 비트코인과 같은 다른 재테크 수단도 많지 않나.

호진: 20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인 동시에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저성장 기조로 접어들면서 채권이나 적금 같은 수단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다.

재량: 다른 적당한 수단이 없다. 우선 채권은 배당주*보다 수익이 적다. 또 채권이나 부동산은 일반적인 2~30대가 투자하기엔 투자금 규모가 너무 크다. 특히 부동산은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할 뿐 아니라 정부 정책에 따른 리스크도 존재한다. 결국 이것저것 따져보면 본업과 병행하면서 할 수 있는 투자는 주식투자밖에 없다.

한범: 맞다. 선물투자 같은 다른 수단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주식이 소액으로 입문하기도 쉽고, 정보 얻기도 비교적 쉽다. 대학생들은 필요하면 대학 강의를 통해 관련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Q. 최근 주식에 입문한 20대 투자자가 기존 투자자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한범: 첫 번째는 소액투자라는 것, 두 번째는 큰 기대나 절박함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호진: 동감한다. 기본적으로 소규모 투자를 하다 보니 주로 단가가 낮은 성장주에 투자한다. 또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방탄주’라고 불리는 방탄소년단 관련 주식이 크게 오른 것처럼 확실히 친숙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다.

재량: 4~50대의 경우 자금도 충분하고 보수적인 경향이 있어 본인이 잘 아는 분야나 안정적인 분야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20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기술주나 테마주와 같은 ‘핫’한 종목에 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20대는 자금이 부족해 단가가 10만 원 넘는 종목은 사지 않는다.

 

Q. 본인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20대 주식투자자는 주로 어디서 정보를 얻는가.

재량: 요즘은 연령대를 막론하고 대부분 유튜브, 오픈카톡방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호진: 관심이 가는 기업 주식을 직접 찾아본다. 주로 물류기업이나 실생활에서 접한 주식 위주로 찾아봤다. 차근차근 공부하면서 재무제표 관련 뉴스도 챙겨봤다.

한범: 별다른 정보 없이 시작했다.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평소 자주 접하는 기업을 생각해봤더니 아이패드가 보이더라. 그래서 애플에 투자했다.

 

Q. 20대 주식투자자의 문제점이나 위험성은 무엇이라고 보나.

재량: 신용·미수**거래를 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20대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어 리스크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보통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확실한 종목에 레버리지***를 쓴다. 그러나 단기 투자자의 경우 입소문에 휘둘려 위험한 종목이나 그린뉴딜, 수소 등과 같은 테마주****에 묻지 마 식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범: 묻지 마 투자라는 말씀에 동의한다. 당장 나부터도 애플에 투자할 때 재무제표를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호진: 20대의 투자는 투기적 성격이 강하다. 외국에선 어릴 때부터 투자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20대는 사전교육 없이 주식을 시작해 근시안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다 보니 최근 화제가 된 바이오주와 같은 급등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투기처럼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한슬: 20대의 투자는 무모한 측면이 있다. 자신이 모은 돈을 전부 투자하거나, 불확실한 경로로 정보를 얻는 경우도 많다.

 

Q. 반면에 바람직한 측면도 존재할 것 같다.

호진: 마냥 부정적으로 보긴 힘들다. 비록 지금은 20대에게 주식이 유일한 재테크 수단이지만, 향후에는 다양한 종류의 재테크를 할 수 있지 않나. 미리 재테크를 경험해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재량: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은 은행을 통하지 않기 때문에 훨씬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이미 청년기부터 ETF*****나 직접투자 형식으로 2~30년간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장 측면에서도 주식투자를 통해 개인의 자금이 기업에 흘러 들어가면 경제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범: 오히려 20대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투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어릴 때 많이 투자해보고 잃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지금도 주식투자에 망설이고 있는 20대가 많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호진: ‘주식으로 1억을 만드는 법은 2억으로 시작하는 것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것처럼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할 때는 겁나고 거부감도 들었다. 그러나 천천히 소액으로 시작해보니 좋은 재테크 수단이자 공부가 됐다. 너무 거리를 두고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한슬: 동감한다. 주식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자세히 알아보고 소액으로 꾸준히 늘려간다면 바람직하다고 본다.

재량: ‘빨리 시작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주식을 하는 주변 사람들도 다 그렇게 말한다. 자식을 낳으면 모든 생일 선물을 주식으로 줄 생각이다. 주식은 향후에도 계층 이동을 위한 유일한 사다리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20대 투자자에게 주식투자란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패널들은 “유일하게 남은 사다리”라고 입을 모았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 계층 이동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깨져버렸다는 것이다. 패널 김한범씨는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높은 시대에 20대가 돈을 모을 방법은 주식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좌담회를 통해 20대 주식열풍의 이면에는 미래의 불확실함에서 오는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식투자가 우리 사회에 새로운 금융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빚까지 내서 무리하게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대학교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상경대·국제금융론)는 이에 대해 “주식은 가격변동성이 큰 자산”이라며 “부채 자금조달을 통해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은 위험과 수익이 공존하기에 경제 환경과 금융시장에 대해 항상 학습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배당주: 현금을 배당하는 대신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 주는 주식을 말한다. 

**신용·미수거래: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거래를 하는 방식을 말한다.

***레버리지: 자산투자로부터의 수익 증대를 위해 차입자본(부채)을 끌어다가 자산매입에 나서는 투자전략을 총칭하는 말이다. 보유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하락할 경우 심각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테마주: 주식시장에 새로운 사건이나 현상이 발생해 증권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일이 발생할 때 이런 현상에 따라 움직이는 종목군을 일컫는다.

*****ETF: 시장 지수의 수익률을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을 말한다.

 

 

글 고병찬 기자
kbc198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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