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취약계층을 조명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의 등장 이후 우리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분주하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에게 제법 익숙한 상황이 됐다. 그러나 일상 속의 멀어짐조차 사치인 이들이 존재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 방향의 제도를 마련했다. 지난 3월 5일 도입된 ‘마스크 5부제’는 매점매석으로 인한 마스크 품귀 현상을 완화했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게 됐다. 어느새 마스크는 개인 방역의 필수품으로 자리했다. 현재는 마스크 물량 확보의 진정 국면에 접어들어 언제든지 마스크 구매가 가능하다.

코로나19의 강한 전염력으로 인해 인구밀집구역에서는 집단감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역사회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3월 22일부터 5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했다. 연일 집회로 북적였던 광화문 광장은 한산해졌다.

국민들도 정부의 권고사항을 지키며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비대면 강의를 진행했고 일부 회사는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거리두기를 지킬 수 없는 ‘코로나19 취약계층’이 있다.

코로나19로 언택트(Untact) 소비가 확산되며 온라인 쇼핑 시장은 활발해졌다. 대신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택배처리량은 1억 400만 박스로 전년 동기 대비 24.8% 늘어났다. 단시간 내 많은 작업량을 감당해야 하는 물류센터 근로자들에게 마스크 착용은 살인적이다. 그들은 숨이 차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은 소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작업환경에서 제한된 수량의 작업복과 안전모를 공용한다.

불특정 다수의 집에 방문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배달원들은 항상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또한 배달원들을 감염원으로 보는 소비자들의 기피적 시각도 존재한다. 배달원 임지환(47)씨는 “소비자들이 배달원과의 접촉을 꺼려해 직접 수령하려 하지 않는다”며 “혹여나 음식이 분실되면 책임은 우리 몫”이라고 말했다.

최근 콜센터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콜센터 직원들은 1m도 안되는 거리를 두고 앉아 하루종일 고객을 응대한다. 발음이 잘 들리지 않는다는 고객들의 항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일할 수도 없다. 콜센터는 재택근무 전환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개인정보유출 등 보안문제가 우려된다는 이유다. 열악한 노동환경은 콜센터를 ‘코로나19 슈퍼확진지’로 만들기 충분했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많이 쓰고 버리면서 환경미화원들은 업무량이 많아졌을 뿐 아니라 감염 위험에도 노출됐다. 집게를 사용해 모든 쓰레기를 줍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촌 거리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임모씨는 “수북이 쌓인 쓰레기는 부득이하게 손으로 치워야 한다”며 “지급 받은 목장갑은 이물질 침투에 취약해 대부분 따로 위생 장갑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개인방역과 빠른 정부 대응으로 ‘코로나19 모범사례’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최소한의 거리두기조차 할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한다. 우려는 단지 우려에서 그치지 않았다. ‘취약한 노동환경’이라 불리는 그들의 일터에서는 실제로 감염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그러나 당장 다가올 내일을 위해 그들은 일을 쉴 수 없다. 정부의 방역 지침을 지키는 것은 그들에게 ‘사치’다. 오늘도 그들은 불안에 떨며 일터로 향한다.

 

김수빈 정여현 조현준 홍예진 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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