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팟캐스트 ‘듣다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 홍상지 기자를 만나다

기자들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해 언론사의 정식 서비스가 된 교양 팟캐스트가 있다. 중앙일보의 ‘듣다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아래 듣똑라)’다. 듣똑라는 시사 이슈부터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라이프 스타일 등 다양한 주제를 소개하고, 그를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하는 채널이다. 듣똑라의 초창기부터 합류해 어느덧 해를 넘겨 함께하고 있는 홍상지 기자를 만났다. 중앙일보 사회부 기자로 기자생활을 시작해 현재는 듣똑라 방송 제작자로 활동하는 홍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찰서로 출근하던 사회부 기자,

녹음실로 향하다

 

“듣똑라 만드는 홍상지입니다” 홍씨의 인사말이다. 그러나 그가 기자 생활을 듣똑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10년간 중앙일보 사회부 경찰팀에서 각종 사건사고나 집회 현장을 취재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19년 1월, 선배 기자의 제안을 받고 듣똑라 제작팀에 합류하게 됐다.

이에 대해 홍씨는 “그리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막막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의 쇠퇴와 뉴미디어의 부상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그렇기에 선배 기자의 팟캐스트 합류 제안은 홍씨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홍씨는 “팟캐스트 방송을 제작하며 종이신문과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맛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사를 쓰다 보면 취재한 내용을 모두 텍스트로 담을 수 없어 아쉬운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한 기자는 홍씨만이 아니었다. 5년 전, 중앙일보 기자들은 팟캐스트 ‘청춘 라디오’를 시작했다. 기사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이었다. 현재의 듣똑라는 청춘 라디오에서 다양한 시도를 거듭한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이들과 함께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홍씨에게 즐거운 도전이었다.

오디오 방송의 경우, 내용이 빠르게 흘러가기 때문에 텍스트 기사보다 휘발성이 강하다. 그렇기에 홍씨는 “어떻게 하면 사안을 보다 쉽게 맥락을 짚어가며 오디오로 전달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거듭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듣똑라는 ‘맥락을 짚는 뉴스’를 지향한다. 사건이 벌어지게 된 상황과 원인, 해당 사건이 끼칠 영향까지 폭넓은 내용을 다룬다. 이어 홍씨는 “이런 콘텐츠가 가능한 이유는 중앙일보와 JTBC에 훌륭한 취재기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쓰는 시사에서 함께 배우는 시사가 되기까지

 

홍씨는 “듣똑라는 ‘듣똑러’(듣똑라 청취자들의 애칭)들과 함께 만드는 방송이다”고 말했다. 홍씨는 듣똑러에 대해 “배움의 욕구가 강하고 콘텐츠를 통해 자기 효능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듣똑러 중 상당수는 20~30대다. 학교나 직장에 다니고 취업을 준비하는 등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며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는 사람들이다. 듣똑러들은 등교나 출근을 준비하면서, 집안일을 하면서, 운동하면서 바쁜 일상 중에 틈틈이 듣똑라를 청취한다. 홍씨와 듣똑라 제작진들은 이런 듣똑러들에게 늘 고마움을 느껴 더욱 효능감이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홍씨는 “듣똑러와의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기자로 일할 때는 독자와 소통할 기회가 적어 그만큼 거리감을 느꼈다. 그러나 이제 홍씨는 듣똑러들과 매순간 소통한다. 듣똑러들의 따뜻한 조언뿐 아니라 비판적인 피드백도 콘텐츠 제작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방송에서 특정 표현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피드백이 있는 날에는 이를 다음 제작에 반영한다. 홍씨는 “듣똑러 중 누구도 상처받지 않게 모든 발언에 신중하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듣똑러가 곧 듣똑라’이고 ‘듣똑라는 곧 듣똑러’라는 생각은 제작자들에게 하나의 신념으로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그래서 듣똑라는 일방적인 정보 전달에 그치는 방송이 아니다. 듣똑라는 청취자와 제작자가 소통하며 함께 배워나가는 방송이다. 듣똑라 제작자들은 듣똑라를 사회구성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이에 대해 논의하는 의견교류의 장으로 만들고자 한다. 홍씨는 “무엇보다 ‘듣똑라’가 모두에게 불편하지 않은 시사교양 콘텐츠가 되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도전, ‘원헬스 프로젝트’

 

최근 홍씨는 듣똑라의 첫 장기 프로젝트 ‘원헬스(One-health) 프로젝트’를 제작하고 있다. ‘원헬스’는 인간, 동물, 지구의 건강이 하나로 연결돼있다는 개념이다. 듣똑라는 원헬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팬데믹, 동물권 등에 대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비닐 없이 장보기, 채식 한 끼 하기 등 생활 습관을 환경친화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미션을 매주 제시한다. 방송 밖 일상에서도 듣똑러들과 함께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홍씨는 취재를 통해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홍씨는 “환경 관련 책과 다큐멘터리를 보며 동물권과 환경 문제는 연결돼있고 이게 내 삶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듣똑라에서 안백린 비건(Vegan) 쉐프를 인터뷰한 일도 원헬스 프로젝트 기획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홍씨는 또한 자신을 비롯한 현대인의 과잉 소비의 문제를 깨닫고 생활습관 개선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의 확산 후, 이전과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홍씨는 코로나19 유행의 원인을 생각하며 우리의 생활 방식이 가진 문제점들을 돌아보게 됐다. 지구 환경에 부담을 주는 현대인의 생활 방식이 결국 감염병 사태로 이어졌다는 사유로 나아간 것이다. 홍씨는 이런 문제의식을 듣똑러들과 나누고자 원헬스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원헬스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2주 정도 된 지금, 홍씨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원헬스 프로젝트에 공감해주셔서 기쁘다”며 “듣똑러들의 참여 인증 글을 볼 때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벅차다”고 말했다. 이어 “원헬스 프로젝트와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듣똑라만의 영향력을 넓혀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종종 ‘왜 듣똑라는 밀레니얼 세대 여성을 타깃으로 하나’라는 질문을 받는다는 홍씨, 그는 “듣똑라의 진행자가 젊은 여성일 뿐 밀레니얼 여성만을 타깃으로 삼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소신 있게 말했다. 홍씨는 “진행자가 중년 남성일 땐 그런 질문을 받지 않는다”며 “듣똑라 같은 콘텐츠가 신기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덧붙였다. 오늘도 홍씨와 듣똑라 제작진들은 청취자들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듣똑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 조성해 수습기자
홍지영 수습기자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 제공 홍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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